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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말도 않고
 
양정욱

더 소소
2022. 9. 24 - 10. 21

말없이, 정성껏

 

     서서 일하는 사람. 이 사람은 앉을 수 없다. 앉을 마음의 여유가 없다. 그는 성실하게 주위를 돌아보고 끊임없이 좌우를 확인하며 규칙적으로 종을 울린다. 높다란 망루의 빛은 바쁜 마음처럼 꺼지지 않고, 어깨 아래에 사방으로 뻗은 팔들은 접혔다 펴졌다 하며 시종일관 움직인다. 몸통에는 열심히 돌아가는 태엽과 끈들과 곳곳에 놓인 기물들이 엮이며 서로를 독려한다. 말이 없는 이 사람은 이렇게 착실하게 주변을 살피고 있다.

     삶의 구석구석을 바라보며 상상을 이어가고 이를 작품으로 풀어내는 작가 양정욱은 이야기꾼이다. 그는 자신의 머리 속에서 끝없이 나오는 이야기들을 빠르게 그린 드로잉으로, 움직이는 조각들로, 자신의 음성으로, 글로 사람들에게 들려주었다. 수필의 한 구절 같은 제목을 가진 그의 전시들은 작품들 사이를 떠도는 작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부지런히 움직이는 저 조각처럼 말없이 정성껏 작업한 작품들을 들고 나왔다. 아무 말 하지 않는 그의 이번 전시를 채우는 것은 무엇일까?  

     아무런 말도 않는 이번 전시에서 침묵의 행간을 채우는 것은 작가의 새로운 드로잉들이다. 움직이는 조각, <서서 일하는 사람들>의 아늑한 빛을 받으며 벽에 걸린 <기억하려는 사람의 그림>연작은 조용히 침잠하고 있다. 그가 평소 빠르게 그려내던 다양한 형태들은 합판을 덮은 건물용 외벽재에 시간을 들여 새겨졌다. 외벽재 특유의 거친 표면을 철솔과 목탄 등으로 여러 번 긁고 손으로 문질러 완성한 드로잉들은 다음 이야기를 향해 빠르게 달려나가는 듯했던 이전의 드로잉과는 다르게 작품 하나하나의 속을 깊이 보여준다. 긁어낸 힘과 횟수, 도구의 종류를 달리하며 미세하게 음양이 표현된 드로잉들은 작가가 작업한 시간만큼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시간을 들여 천천히 보게 만든다.  

     이처럼 드로잉들이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을 잡고 있을 때, 작가는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저 저 멀리 바쁘게 움직이는 조각이 사방을 부지런히 밝히고, 아슬아슬한 좌대 위에서 두 팔로 균형을 잡고 있는 작은 덩어리 조각들이 공간을 채울 뿐이다. 그럼에도 이 작품들 사이에는 그들의 관계가 만드는 어떤 이야기가 공기처럼 흐른다. 시간을 들여 정성껏 채워진 하나하나의 작품들은 서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그 이야기를 듣는 동안 나의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그렇게 말이 없는 작품의 시간은 천천히 흐르며 아무도 하지 않는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양정욱 작가는 언제나 그런 이야기를 해왔다. 사람들의 이야기. 한 사람이 어느 순간을 살아가는 이야기. 그 순간에 일어나는 모든 사소한 일과 그 사람이 느끼는 모든 감정과 각각의 사람들이 만나 펼쳐지는 그런 이야기. 그가 들려줬던 이야기는 나름의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였고 그는 항상 정성을 다해 그것을 보여줬다. 그러다 문득 말이 없어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도, 그 삶의 이야기들이 아늑한 빛처럼 가슴에 잔잔히 스며드는 작품을 만들었다. 때로 그 어떤 말보다 힘이 되는 것이 있다. 따뜻한 눈빛, 작은 행동, 함께 하는 짧은 시간. 이번에 양정욱 작가가 ‘아무런 말도 않고’ 바쁘게 움직이며 준비한 이번 전시에는 조용히 곁을 지키는 다정한 마음이 흐르고 있다.

 

전희정(갤러리 소소)

Silently and Caringly

 

     Standing Worker. This person cannot sit here. He can’t afford to sit down because of his busy mind. He looks around sincerely, checks left and right constantly, and rings the bell regularly. The light of the high watchtower does not go out like what the busy mind would hope for, and the arms extending in all directions under the shoulders are folded and stretched, moving all the time. The body is woven with hard-working mainspring, straps, and objects placed everywhere to encourage each other. This silent person is looking around steadily like this.

     Artist Yang, Jung Uk continuously imagining by looking at every corner of people’s lives and coming up with artworks is a genuine storyteller. He has told people in quick drawing, moving sculptures, his own voice, and writing stories that endlessly came out of his head. His exhibitions, which have the same title as a passage from an essay, have made the audience listen to his stories wandering among the works. This time, he came out with works he created with care like the diligently moving sculpture. What is it that fills his silent exhibition?

     In this silent exhibition, it is his’s new drawings that fill in the lines of silence. Doodles of someone who recorded their memories series hung on the wall in the cozy light of Standing Workers, a moving sculpture is quietly silent. Various forms that he usually draws quickly were engraved on the exterior wall material for buildings that covered plywood. The drawings, which have been completed by scratching the rough surface unique to the exterior wall several times with iron brushes and charcoal, show the inside of each work in depth, unlike his previous drawings, which seemed to run fast toward the next story. Drawings, which vary in strength of scratching, number of scratching times, and type of tools and where light and shade are finely expressed, provoke the audience to take the time to gaze at them taking as much as the artist worked on them.

     As such, when the drawings are holding the flying time, he does not talk about anything. It’s just that the busy moving pieces in the distance diligently light up all over the place, and the small lumps balancing their arms on the narrow pedestal fill up the space. Nevertheless, there is a certain story that their relationship creates between these works like air. Each piece of work that has been carefully filled over time tells each other their own story, and my story flows out while listening to their story. As such, the time of the silent works slowly flows and creates a story that nobody has told.

 

     Artist Yang, Jung Uk has always told such stories about people, how a person lives through a certain moment, all the banalities and emotions felt in that moment, and the stories that unfold as people of different emotions get together. The stories he has told were the those of people who lived their best and he always showed it with all his heart. Then suddenly, even if there was no word, and even if he did not say anything, he created artworks that the stories of their lives permeate into people’s heart like a cozy light. Sometimes there are more empowering drivers than any other words – caring eyes, small acts of love, and quality time spent together albeit short. In this exhibition with works of Yang, Jung Uk, he moves busily “without saying anything” flows a friendly heart that quietly stands by him

 

Chun Heejung(Gallery So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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