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glow

 

김형관

2009. 5. 1 - 5. 31

Afterglow에프터글로우(잔광) : 해가 질 무렵의 약한 햇빛 / 외부의 에너지 공급이 중단된 뒤에도 방출되는 빛 .
-출처: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김형관은 그의 그림 안에서 땅거미가 지는 순간이나 여명 직전의 단 몇 분의 순간이 담긴 듯 붉기도 하고 푸르기도 한 여러 색의 조합을 보여 준다. 하지만, 모든 색의 수렴이 검정색 이듯 그의 그림도 검정 그림으로 불리곤 한다.


이렇게 빛이 극적으로 변하는 시점을 선택한 이유는 '보는 것'에 대한 의문 때문이다. 사람이 본다는 것은, 물체가 반사하는 빛이 망막에 도달하여 시세포로 인식되는 과정 이다. 빛의 유무나 양에 따라 우리가 보는 것은 얼마든지 변한다는 것이고 다시 말해 우리가 보는 사물의 모습은 끊임없이 변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그림 안의 극적인 순간, 즉 빛의 양이 빠르게 변하는 시점의 산은, 관람자가 알고 믿어온 온전한 산의 모습을 내어 주지 않는다.


봄에 있어서 또 다른 접근은 '보다'와 '믿다'를 들 수 있다. 그가 그리는 에베레스트의 이미지는 작가 스스로 인터넷에서 취사선택한 이미지들이다. 대부분의 관람자처럼 그 또한 이 장소에 가보지 않았다. 하지만 셀 수 없이 복제된 이미지들로 인해 작가는 에베레스트를 가보지 않고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고 또 그 존재를 믿게 되었다. 타인에 의해 취사선택된 그리고 왜곡 되었을 대상의 존재를 믿는다는 것은 부적절한 듯 들리지만 사실 우리 모두가 그러한 세상에 살고 있다. 그렇다면 관람자는 김형관 작가의 그림 안에서 무엇을 보는 것 일까? 어둠에 쌓인 산을, 매체에서 수없이 접한 복제된 이미지를, 어떤 것이라고 확신 할 수 없는 무언가의 형태를, 과연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번 작품들은 이전에 비해 밝아지기도, 여러 색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좀 더 밝아지면 더 잘 보일 것 같았던 산의 모습이 더욱 희미하다. 그의 그림 안에서 산의 형태를 좇아가며 보는 것은 눈을 피곤하게 할 정도가 되는데, 이는 마치 작가가 관람자에게 '보는 것'을 충실하게 요구하는 듯 보인다.


"기실 우리는 사물을 보기도 하고 생각하기도 한다. 본다는 것과 생각한다는 것이 선명하게 구분되는가? <중략> 봄과 생각함은 이렇듯 뒤섞여 있고 그 경계가 대단히 흐릿하다. 가령, 상상하는 것은 보는 것인가, 아니면 생각하는 것인가?" <중략> -미술 속 발기하는 사물들, 조광제 허나 위의 말대로 우리는 보는 것과 생각하는 것을 또는 믿는 것을 따로 떼어놓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그림을 힘겹게 눈으로 좇아가는 동시에, 각자가 기억하는 산의 이데아를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이주민(갤러리 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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