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집

 

이경주

2009. 3. 20 - 4. 19

1999년 첫 개인전 때부터 ‘집’이라는 일관된 주제로 작업해 온 이경주 작가의 5번 째 개인전이 소소에서 열린다. 이경주는 ‘집’이라는 심리적이며 물리적인 공간을 도자기라는 매체를 통하여 담아낸다. 작가는 오랜 시간동안 섬세한 작업을 거쳐서 작업을 완성시켜, <집을 찾아서>라는 도자 오브제, <그 남자의 집>, <그 여자의 집>이라는 도판 드로잉, 도자기 설치 작품 <즐거운 나의 집> 등의 다양한 형태의 결과물로 도출시킨다. 그 과정에서 ‘도자’라는 질료와 장르의 가능성은 회화적으로 또는 구조적으로 확대되어 나타나게 되며 ‘집’이라는 주제 또한 보편적이면서도 개인적인 대립되는 양자적 의미를 다 포함하여 다양성을 획득하게 된다.


조사 ‘의’는 우리말에서 한꺼번에 여러 가지 의미를 다 가지게 되는데 1)소유, 2)제작, 3)거주, 4)사유하는 등의 의미를 들 수 있겠다. 다시 말하여 전시 제목인 <그 남자의 집>은 ‘그 남자 소유의 집’, ‘그 남자가 만든 집’, ‘그 남자가 사는 집’, ‘그 남자가 생각하는 집’ 등으로 해석될 수 여지를 남긴다. 이는 관람객이 생각하는 ‘집’이라는 공간의 해석과 맞닿으면서 ‘집’이라는 그 1개의 단어를 넘어서는 문학적인 상상력을 공유할 수 있게 되는 소통의 기회가 될 것이다.


작가 이경주의 집은 어떠할까? 그가 생각하는 집은 무엇인가? 작가는 ‘그(작가 자신)’가 만든 집(집 겸 작업실)에서 ‘그’가 꿈꾸는 집들을 빚어내고 있었다. 그 집들은 ‘그’가 만든 집이지만 전시를 통해서 관람객과 만나게 되며 ‘그’ 소유의 집만이 아닌, 다 함께 공유하는 ‘그’의 집을 완성시킨다.


끊임없이 이동하는 현대인을 신유목민이라고 칭한다. 유목과 이주의 시대의 현대인에게 있어 ‘집’이란 무슨 의미를 가지는가에 대하여 이경주 작가는 계속해서 질문을 던진다. 그에게 있어 ‘집’은 변함없는 인간 본연의 원초적인 공간이다. 그리고 그는 ‘집’ 작업을 통해 현대인에게도 그러한 ‘집’ 에 대한 경험을 되살리도록 하여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현대 사회에서 물질적인 공간으로 전락해 버린 ‘집’의 의미를 반성하게 한다.


유독 한국인은 ‘집’과 ‘가정’을 구분하지 않고 쓰는 경향이 있다. 또한, ‘나의’ 집이라는 표현보다는 ‘우리’집이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이는, 영어에서 ‘house'와 ’home'을 분명하게 구분하고, 집을 지칭할 때 ‘my' house 라고 말하는 것과는 대조된다. 한국인에게 있어 집은 본래가 가족이 모두 함께 하는 공간의 의미가 두드러졌던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요즈음 ’집‘이 투자의 개념 또는 부의 척도와 같은 소유의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집은 인격을 함양하는 도량 이라는 말이 있다. ‘그 남자의 집(집 겸 작업실)’은 포근하고 소박했다. 아마도, 그 느낌이 이경주 작가의 면면을 설명해 주고 있는 것일 게다. 전시에서 만날 ‘그 남자의 집’ 또한 아마 이 연장선상에 있지 않을까.


이전 전시 <즐거운 나의 집>이 현대인 집 문화 전반에 대한 작가의 생각의 발현이었다면, 이번 전시 <그 남자의 집>은 현대를 살고 있는 개개인의 ‘집’에 대한 기억을 자극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정윤주(갤러리 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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