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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전

 

Philip Perkis, 서영기, 박태희

2011. 10. 8 - 10. 30

사진 하나. 흐르던 물은 말라 버린 듯, 잡풀이 무성한 얕은 천(川) 한 자락에 돌다리가 놓여있다. 돌다리는 여기저기 파여진 구멍과 갈라진 틈 사이로 이끼가 끼어있고 돌다리 위에는 기름때가 잔뜩 묻은 장갑과 깨끗이 빨은 듯한 흰장갑이 널려 있다. 사진 둘. 부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등지고 앉은 여성은 이제 막 잡아온듯한 생선을 손질하고 있다. 정박해 있는 배의 한 귀퉁이에서 쏟아져나오는 물줄기는 흡싸 캔버스에서 흘러내리는 페인트같아 보인다. 사진 셋. 햇볕이 강한 정오쯤인 듯하다. 지면 위 벽면의 한 가운데에 슬며시 커튼을 열고 자동차 한 대가 나오려 한다. 마치 무성영화의 흑백필름이 천천히 움직이는 듯 하다.


수많은 사람들과 대상들을 스쳐지나가는 시공간속에서 눈길을 끄는 현란함에 익숙해져서인지, 아니면 너무나도 친숙해져 있었기 때문인지 일상에서 간과하였던 평범한 풍경들이 담긴 흑백사진이 새롭게 다가온다. 


서로 다른 시공간에 존재하는 세 명의 작가들이 지극히 평범한 대상들임에도 이에 주목하는 것은 “이 대상들의 이면에 존재하는 그 무엇을 발견하기 위한 기대때문일 것이다. 사실 이들은 전혀 호기심을 유발하지 않는 대상들이다. 아마도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그 대상들을 볼 가치가 있는 무엇으로 만들어낼” 것이다. (『필립 퍼키스와의 대화』·안목·2009 - 『The Sadness of Men』서문<마음의 처소들>, Max Kozloff, 부분 발췌) 


Philip Perkis, 서영기, 박태희 3인의 작가는 뉴욕의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스승과 제자로 만났으며 이러한 인연을 계기로 한국에서 첫 그룹전을 열게 되었다. 이번 전시는 평범한 대상들을  명확하게 바라보는 서영기, 거리에서 만나는 다양한 풍경을 담은 박태희 작가의 사진들과 ‘끊임없는 응시 속에서 발견된 세계를 담고 있는’ Philip Perkis의 사진들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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