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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 純情

 

강경구, 류장복, 허윤희

2016. 5. 28 - 6. 26

순정 純情

순정은 순수한 감정을 의미한다. 순수함은 순진함과는 구분된다. 순진함은 미숙함을 뜻하며, 무지함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순진한 이는 자신의 눈으로 모든 것을 판단한다. 그래서 순진함은 때로는 독이 될 수 있다. 반면 순수함은 묻은 때를 털어낸 상태이다. 김소현 시인은 <마음사전>에서 ‘순수함은 순수한 스스로에게도, 연루된 사람에게도 약이 될 때가 많다. 물론 순수하지 않은 사람이 순수함의 약을 먹었을 때 독이 되는 순간이 있긴 하다. 명현 증상처럼 거부 반응이 일어나고 무언가 뒤집힌 듯한 알 수 없는 부작용이 일어나긴 하지만 그 고비를 넘긴 이후로는 약으로 작용한다.’라고 이야기한다. 김소현 시인에 글에 따르면 순수함은 성숙의 한 속성이며, 현명함에 대한 하나의 근거일 것이다.

이번 전시의 참여작가 3인은 오랫동안 자신만의 작업세계를 펼쳐온 작가들이다. 조형적 표현보다는 삶을 투영하는 작품에 집중해 왔다. 작가들과 모여 이번 전시의 제목을 의논할 때 작가들은 ‘순정'이라는 단어를 이야기했다. 순정에서 이들은 소묘, 시작, 그리움, 바램 등의 단어를 연상했다. 아마도 이들에게 순정의 의미는 예술의 근원에 대한 동경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40년 이상 작품 활동을 하며 독자적인 화법을 선보인 강경구는 이번 전시에서 숲의 풍경을 그렸다. 작품 <우러라 우러라>의 간결하고 원색적인 표현은 깊은 인상을 준다. 그림을 자세히 드려다 보면 평온해 보이는 숲이 아니라 사연이 숨겨져 있는 풍경으로 느껴진다. 작가는 "<우러라 우러라> 연작은 숲의 풍경이다. 평범한 숲이 아니라 잠식되어가는 숲이다. 태초의 환경은 슬며시 여러 외부 요소들에 의해 잠식되어 사라져간다. 청정지역이랄 수 있는 우리 주변의 숲도 얼마나 빠른 속도로, 많은 변명으로 훼손되는가? 자연환경뿐만이 아니다. 우리 인간의 모습들도 얼마나 빠른 속도로 변모를 계속하고 있는지? 이 그림들은 파괴되어가는 주변과 우리들 심성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그런 의미에서 나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라고 말한다. <우러라 우러라>의 제목은 청산별곡에서 가져왔다. 청산별곡은 젊은이가 속세를 떠나 청산과 바닷가를 헤매면서 자신의 비애를 노래한 고려가요이다. 그는 다양한 기법을 탐색하며 폭넓은 작업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류장복은 다양한 장소의 풍경을 그려왔다. 최근에는 사라지고 기억되는 풍경을 그리고 있다. 그가 표현하는 작품들은 기록성과 시간성이 강하게 느껴진다. 작품 제목 <뒤척이는>, <웅크린>, <머뭇거리는>에서 느껴지듯 그가 최근 선보인 작품들은 좀 더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려 담담히 말하듯이 자연스럽게 풀어내고 있다. 내면의 이야기는 보이지 않은 대상이므로 작가의 기억의 감각에 의존하게 된다. 그의 작품은 구체적인 사건을 내면화하고 있다. 그는 작업 노트에서 "어떤 순간, 불쑥 솟는 기억들 속에서 그것들은 떨림을 지속한다. 간헐적 되새김으로 그것들은 부풀어 오른다. 그리고 나를 덮쳐온다. 나는 또 결코 일어나지 않을 사건을 꿈꾼다. 충만한 기억이 도래하지 않은 미래를 메울 때 지금 여기, 나는 사라진다. 무중력의 진공 속으로 한없이 가벼워진 몸을 두둥실 띄워 보낸다. 비자발적인 기억들은 언제나 나를 전율의 시공간으로 밀어 넣는다. 그때마다 부르르 살갗이 떨린다." 라고 이야기한다. 내면의 소리는 자기만의 내면의 깊은 곳에서 분주함을 멈추고 침묵해야만 들을 수 있다. 그의 작품은 타인의 내면을 들춰보는 것 같지만 결국은 우리 자신과 만나는 경험이다.

허윤희 작가는 목탄 드로잉을 선보인다. 목탄은 나무를 태워 만든 자연재료로 도구 없이 직접 손으로 그리고 문지르고 고쳐나 갈 수 있어 자유롭고 솔직한 드로잉 속성에 적합한 재료이다. 다시 그리는 과정이 쌓이면 작품은 깊이를 더해 간다. 그녀는 물, 나무, 꽃, 별, 손 등 주변에 친숙하고 익숙한 소재를 사용하여 특유의 감성으로 시적인 작품을 선보여 왔다. 작품 <마을>은 배 안에 마을이 담겨 있는 풍경이다. 목포의 온금동에서 산 위로 마을 펼쳐지고 척박한 바위 위 선인장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마치 또 다른 마을 같아 깊은 인상을 받게 되어 그린 작품이다. 최근 작가는 발의 의미에 큰 관심이 있다. 발은 사람의 신체 중 가장 아래에 있으면서 몸을 지탱해 주는 역할을 한다. "발은 내가 걸어온 삶의 흔적을 그대로 기억하고 있는 것 같아서 진실하고 정직한 느낌이 듭니다. 발은 제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고, 대지 위에 서있는 것이고, 동시에 우주와 대면하며, 춤추고 날아가고 싶은 욕망을 지닌 것이기도 합니다. " 라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이렇듯 허윤희 작가는 삶에서 순간 대면하면서 얻게 되는 감정들에 집중한다. 허윤희 작가의 작품은 소박하면서도 순수하고 날 것 그대로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이들 세 작가의 작품은 재현과 표현 매체로서의 회화가 작가의 오랜 작업활동 안에서 어떻게 정제되고 있는지 눈여겨볼 만하다. <순정>는 이들의 작업을 통해 이들이 무엇을 사유하고 상상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들은 무언가를 본다는 행위가 불가피하게 또 다른 무언가를 보지 않는 것이라는 사실을 명료하게 인식하고 있다. 대상의 이름 너머를 상상하고, 보이는 풍경 너머의 공간을 그리고, 공간의 틈 사이에 존재하는 다른 차원으로서의 순수를 만들어내면서 말이다.

​갤러리 소소

A Pure Heart

A pure heart refers to one’s genuine emotions. Pure-heartedness is different from naivety. Naivety means immaturity, and sometimes, ignorance. A naïve person tends to judge everything in his or her own view, so naivety might be a poison in some cases. By contrast, pure-heartedness is a state of being free of old dirt. Kim So-hyeon, a poet, said in a poem titled <The Dictionary of the Hear>: “Pure-heartedness becomes a poison to the pure-hearted themselves and those involved. True, there are moments when a person without pure-heartedness takes the pill of pure-heartedness and it becomes a poison. The person might show rejections like symptoms in the process of healing, carrying unknown side effects as if something has been turned upside down. But the pill starts to activate only after that struggle is over.” The poem elaborates that pure-heartedness is one attribute of maturity, and one ground for wisdom.

The three artists participating in this exhibition have unraveled their own artistic worlds, focusing on life-projecting works instead of sculptural expressions. Artists touched upon the word, ‘a pure heart’, in discussing the title of the exhibition. This word reminded them of derivative words such as sketches, starting, missing and wishes. The meaning of a pure heart for them was, maybe, derived from their yearning for the roots of art.

Kang Kyung Koo painted a forest scenery in this exhibition who has been introducing his exclusive painting style for over 40 years of his career. Simplistic and vivid expressions in his <Ureora Ureora (Cry Cry)> leave strong impressions. Once looked at closely, the seemingly serene forest is felt like a scenery with stories behind. Here is the artist’s remarks: “The series of <Ureora Ureora (Cry Cry)> are on the forest scenery. The forest is not an ordinary one but the one which is encroached. The forest around us  - often dubbed as a ‘clean zone’ – is repeatedly changing extremely fast. These paintings are not only the stories about our surroundings being destroyed and our mentality but also my portrait in this sense.” The title is originated from Cheongsan Byeolgok (Song of Green Mountain). It is a song from the Goryeo Dynasty, depicting a young man who sang the song on his sorrowful life by wandering about a mountain and a beach as he abandoned his worldly life. Koo has showcased his wide-ranging world of artworks by exploring diverse techniques.

Ryu Jang-Bok has painted sceneries of various places. He has recently painted sceneries that disappear and are remembered. His works strongly imbue features of a documentary and temporality. His recent works naturally unravel the story blandly by listening to one’s inner heart as seen from their titles: <Tossing and turning>, <Crouch back> and <Hesitantly>. Since the inner story is invisible, it tends to depend on the artist’s sense of memory. His works embody specific incidences. His artist note reveals the following: “They keep on pounding in the middle of abrupt memories. They get bloated due to intermittent remembrances. They are moving in onto me. I again dream of an incidence which will never happen. When a rich memory fills up the future that has not arrived yet, I disappear from here right now. My body which has become light due to the gravity-free vacuum is floating in the air. My involuntary memories push me into the spatio-temporal space of thrills all the time. Each time when this happens, my skin shivers.” One’s inner voice can be only listened to when he or she stops what makes him or her busy and becomes silent in the deep inner world. His works seem to peep into the inner world of others, but are an experience of encountering ourselves.

Artist Huh Yun-hee introduces wooden charcoal drawings. A charcoal as a natural material made by burning trees is suited to the nature drawings – freedom and honesty – because it can be used to draw, rub and correct without any instrument. Once the re-drawing process is accumulated, artworks have more layers of depth. She has introduced poetic works with her unique sensations by using familiar and banal objects including water, trees, flowers, stars and hands. <The Village> is a scenery where a village is contained in a ship. It was painted with a strong impression where a village unfolds on top of a mountain in Ongeum-dong in Mokpo and the scene of clustered cactuses above barren rocks seems like another village. The artist has taken an interest in the meanings of feet recently. Feet are at the far bottom of one’s body and sustain it. She once remarked: “Feet seem to be genuine and honest because they seem to remember my milestones as vividly as possible. Feet manifest my being, stand on the land, confront the universe, and have a desire to dance and fly away.” As such, Huh concentrates on her emotions obtained by confronting each and every moment in life. Her works are modest, pure and approach one in a ‘raw’ state without any frills. 

Works of the three artists deserve attention on how paintings as media of representation and expression have been refined in their long artistic careers. <A Pure Heart> is to look at what they think about and imagine through their works. They clearly perceive the fact that the act of seeing something is inevitably not seeing something else, while imaging what is out there beyond the names of objects, painting a space beyond the visible scenery, and creating another aspect of purity that exists in cracks of a space.

Gallery So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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