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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몸.벽

 

정정엽, 이해민선

2020. 7. 4 - 8. 2

어떤 말은 단순히 하나의 단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런저런 연상을 불러일으킨다. 그런 말은 흐릿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고, 이야기를 부르며, 사유와 풍경을 낳는다. 이번 전시의 제목을 이루는 살, 몸, 벽이 꼭 그러하다. 전시에 참여하는 정정엽, 이해민선 작가는 세 단어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며, 이 단어들을 여러 층위에서 잇고 얽어 어떠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정정엽 작가는 제주 4.3사건에서 희생된 3만 명을 기억한다. 3만 명이라는 숫자를 체감해보기 위해 작가는 하나의 캔버스에 일일이 천 개의 팥을 그리고 그것을 서른 번 반복한다. 그는 서른 개의 캔버스에 3만이라는 숫자를 옮겨 담아 죽음을 애도하고, 그렇게 하나하나 옮겨진 팥들로 가늠할 수 없는 무수함을 재현한다. 그 별과 같은 무수함은 사건의 비극을 떠오르게 하지만 한편으로 흩어진 씨앗의 모습처럼 보이기도 하면서, 그들을 기억하는 일에 희망이 담겨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이해민선 작가는 매일같이 작업실에 나간다. 작업실에 도착하면 자신의 작업 테이블을 손으로 만지며 정리한다. 작가에게 테이블을 매만지는 감촉은 마치 어떤 작업을 위해 땅을 다지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리고 작가는 그 정리된 테이블에 자신의 몸을 기대어 앉아 작업을 이어 나간다. 테이블 아래의 허공은 마치 절벽과도 같지만, 간신히 테이블에 가슴을 붙인 채 그림을 그린다. 전시장 1층에 놓여있는 스무 점의 그림들은 작가가 기댔던 작업테이블을 면 종이 위에 그린 드로잉들이다.

 

이제 다시 전시 제목의 단어들을 살펴보자. 첫째 단어인 '살'은 우리의 뼈와 근육을 감싸는 부드러운 부분이면서 동시에 외부 세계와 인간의 접촉이 최초로 일어나는 신체의 부분이다. '몸'은 인간의 생물학적 한계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지만 나날의 일상 속에서 움직이며 인간의 욕망과 정신을 담는 가능성의 장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벽'은 물리적 공간의 경계를 뜻하는 단어이자 막막한 현실을 은유하는 말이다.

 

《살.몸.벽》에 참여하는 두 작가는 자신들의 살을 통해 세계와 맞닿으며 바깥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일상의 감각을 쉬지 않고 길어 올린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의 몸으로 기꺼이 받아들여 작가 본인만의 독창적인 조형 언어로 소화하고 회화라는 방식으로 실천한다. 이는 작가가 아득한 벽과도 같은 개인적, 사회적 현실을 표현하는 일인 동시에 작가의 내면과 외면 사이에 놓인 벽을 끊임없이 넘나드는 일이기도 하다. 금번 전시에서 두 작가가 펼쳐 놓는 이미지들은 그들의 내면을 이루고, 그들의 주변을 둘러싼 살과 몸과 벽의 조합이자 그 파편일 것이다. _ 윤수정 (갤러리 소소)

 

Some words arouse some associations without being confined to a single word. They might arouse some vague scenes, recall a story and generate reasoning and sceneries. The title of this exhibition “Flesh, Body and Walls” are the examples. The participating artists - Jung Jung Yeob and Leehaiminsun – crisscross the three words freely, generating some images by weaving them in many strands.

 

Jung Jung Yeob remembers 30,000 victims of the April 3rd Uprising and Massacre. She painted each and every one of 1,000 red beans on a single canvas and repeated the act 30 times to feel the sheer number of 30,000. She offered her condolence to their death by bringing in the number 30,000 to 30 canvases, and represented the unfathomable infinity with the relocated red beans. The star-like infinity is reminiscent of the tragedy of the incidence, yet looking like scattered seeds, and inducing the audience to estimate that the act of remembering the victims imbues hopes.

 

Leehaiminsun goes to her studio every day. Once she is there, she touches her work table while tidying it up. The tactile feel of groping her table is nothing different than cultivating the land to do some work on it. She leans herself back against the tidy table to carry on her work. The empty space under the table is like a cliff, but she has her chest almost attached to the table to paint. The 20 paintings placed on 1F of the gallery are her drawings of the well tamed table on cotton paper.

 

Let’s take a look at the words for the exhibition title. The first word ‘flesh’ is a soft that covers our bonds and muscles where the human contact with the outside world takes place for the first time. The ‘body’ not only refers to the human’s biological limitation but also serves as a ground of possibilities that embody the human desire and spirit by moving around in a daily life. Lastly, the ‘walls’ are a metaphor for the overwhelming reality as well as the boundary of a physical space.

 

The two participating artists in 《Flesh.Body.Walls》 scoop up the sense of incidences happening outside and their daily life endlessly by encountering the world through their flesh. By embracing them with their body, they turn them in their exclusively creative figurative language, and put them into the act of painting. It is also an act of expressing their personal and social reality being analogous to far-off walls, and of endlessly frequenting the walls placed between their inner and outer worlds. The images they unfold in this exhibition are the combination and fragments of the flesh, body and walls forming their inner world and covering their surroundings. _ Yoon Sujung (Gallery So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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