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Perspective

 

김산

2019. 3. 16 - 4. 14

김산 작업에 드러난 공간의 확장성

이번 전시의 제목 ‘Perspective’에 주목해 본다. 우리말로 흔히‘관점, 시각’또는‘원근법’으로 번역되는 이 말은 인간의 눈앞에 펼쳐진 세계를 ‘어떻게 보고’,‘어떻게 옮겨 놓을지’에 대한 하나의 방법으로 의미를 갖으며, 예술의 오랜 존립 근거인‘재현’(Representation)의 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한 때는 - 원근법이 발명된 르네상스 시대부터 그것의 해체가 시도되기 시작한 19세기에 이르기 까지 – 세상을 보고 옮기는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방법으로 여겨지기도 했으나, 원근법이 누려온 이러한 지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위협받기 시작한 역사 역시 짧지 않다. 원근법에 의거하여 평면에 재현된 이미지가 갖는 중요성은‘시각’에 부여했던 높은 가치와 밀접하게 엮여있다. 보는 것이 곧 앎이고 앎이 존재에 이르게 되는 사유의 흐름은‘하나의 시각모델’로서의 원근법에 지배적인 위치를 부여했다. 이때 일점 원근법이 상정하는 하나의 고정된 중심, 즉 소실점으로 집약되고 그로부터 확장되는 작가와 관람자의‘눈’은 살아 있는 신체의 일부로서의‘두 눈’이 아니라, 깜박거리는 미동조차 없는 관념적인 눈, 추상적인 개념으로서의 눈이었다. 원근법에 대한 모든 문제의식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김산의 작업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작가는“카메라의 눈은 하나, 인체의 눈은 둘. 고정되어 있는 카메라의 눈, 쉼 없이 미세하게 움직이는 동공. 카메라가 바라보는 세상과 내 눈이 바라보는 세상, 이 두 가지의 시각, 시각성, 시각적인 느낌과 감각의 차이에 나의 관심의 초점이 있다”고 작가 노트를 통해 밝히고 있다. 인간 시각의 매커니즘과 광학의 발달 등에 힘입어 등장하게 된 카메라는 그 전신인 카메라 옵스큐라에서 볼 수 있듯이 빛을 받아들이는 하나의 구멍이 핵심이다. 이 구멍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바깥세상을 평면의 이미지로 새겨 놓은 것은 바로 르네상스 원근법에 따라 회화 평면 위에 3차원의 공간이‘사실적으로 보이게’재현되는 원리와 동일하게 작동한다. 즉 여기서 빛이 들어오는 구멍으로 대변되는 눈 또한 고정되어 있는 개념적인 눈일 뿐이다. 작가가 이러한 차이에 주목하게 된 것은 디지털 사진이 갖는 특징인 포스트 프로덕션 과정을 거치면서다. 카메라를 들고 본인의 신체를 이동하며 찍은 이미지를 후 작업하는 과정에서 작가에게 의문을 주었던 부분은 자신이 보았고 지나왔다고‘기억’하는 풍경과 디지털 파일의 형태로 남겨진 이미지가 주는 미묘한 차이,“낯선 느낌”이었다. 작가는 이 부분에 주목하여 이러한‘낯섦’을 극대화시키는 작업에 착수하게 된다.

 

이미지 파일들을 컴퓨터 화면에서 보면서 이리저리 자르고 붙이기를 반복해 본다. 인공적으로 파편화시킨 후 재결합한 결과 생성되는 공간은 현실에 기반 하지만 결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가상적인 것이 된다. 그러나 이 이미지들은 현실에 근거를 두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전혀 낯선 것만도 아니다. 작가가 지난 온 공간을 이미 보았던 관람자라면 어디인지 알아 볼 수 있는 단서들이 숨어있는 현실과 가상, 익숙함과 낯섦이 혼재하는‘복합적인 공간’(multi-spaces)이 된다. 여기서 복합성은 일단 화면에 구현된 다시점을 통해 이루어진다. 작가가 구현해 낸 가상의 공간은 전통적인 원근법이나 카메라 옵스큐라가 작동하는 것처럼 하나의 점(구멍)을 중심으로 3차원의 공간이 무한히 펼쳐짐으로 전체로서 파악될 수 있는 시각적 가상 공간이 아니다. 작가 자신의 신체가 직접 경험한 공간과 카메라라는 장치를 통해 옮겨진 디지털 이미지 속 공간을 파편화시키고 종합하는 가운데 드러나는 분절적이면서도 통합적인 다시점(multi-view)의 시선을 통해 지속적으로 구성되는 공간이다. 구석에 그늘 져 시각을 벗어난 공간이 새롭게 부각되기도 하며, 밝게 빛나는 너른 공간이 주변으로 밀려나는 것이 반복된다. 이 공간은 다시점으로 구성된 만큼 단번에 전체로 인식하는 것은 불가능해지며, 작가가 심어 놓은 여러 개의 시점을 따라 움직이는 특징을 갖는다.

 

작가는 우리가 경험하는 실제의 공간, 그것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고 믿는 이미지를 새롭게 조명한다. 작가의 구성을 통해 관람자의 눈앞에 현전하게 되는 이러한 가상의 공간은 비단 시각적인 가상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체험, 기억은 물론 관람자의 그것을 한데 묶는 가운데 발현된다. 이제 디지털 이미지로 기록된 공간은 단순한 피사체, 대상으로서의 지위에서 벗어난다. 작가의 체험이나 기억과 같은 비가시적인 것까지 아울러 가시적인 것으로 포섭시킨 공간은 시각적 가상 너머 저 편을 드러내는 것으로, 카메라의 눈과 신체로서 움직이는 두 눈이 갖는 차이 뿐 아니라, 카메라가 담을 수 있는 시각적 무의식의 공간 또한 품게 된다. 더불어 작품을 마주한 관람객 자신만의 시간, 공간, 경험, 기억이 작품에 침투하면서 생경한 공간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때 관람자의 작품을 보는 의식적인 행위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이러한 비시각적 요소들이 작동한다. 이러한 관람자와의 상호작용이 가능한 이유는 작가가 구성한 공간이 가상이면서도 현실에 기반 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작가는 현실에 근거를 둠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리얼리티를 창조하여 공간에 대한 개념과 이미지화, 경험의 변화를 꾀한다. 작품 각각에‘structure’라는 제목을 붙인 것 역시 보고, 기록하는 시각적인 행위를 넘어서 복합적인 공간을 구성(construct)하고 경험케 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김재도

Spatial expandability in Works of Kim San

 

I pay a close attention to the title of this exhibition, ‘Perspective.’ Its synonyms include ‘stand point and a point of view’ or ‘the art of drawing solid objects on a two-dimensional surface so as to give the right impression of their height, width, depth, and position in relation to each other when viewed from a particular point.’ It has meaning as one way to decide ‘how to view’ and ‘how to translate’ the world that unfolds before one’s eyes, and is closely associated with ‘representation’ which has been a rationale in art for such a long period of time. It used to be considered as a universal and absolute way of viewing and translating the world – from the period of Renaissance when the perspective was invented to the 19th century when its disintegration began – but it has not been historically short when doubts were raised over the prestige of the perspective – in an artistic sense - which started to be threatened for its rationale. The importance of the images represented on a two-dimensional plane based on the perspective is tightly linked to the high values imposed on ‘vision.’ The flow of thought where seeing is knowing and knowing leads to an existence imposed a dominating presence of the perspective as ‘a model of vision.’ A fixed center brought in through a one-point perspective – in other words, the ‘eyes’ of an artist and the spectator being reduced to a vanishing point, and expanded from it were not the ‘two eyes’ as a part of a human body but the notional ones without a single blink and those of as an abstract concept. It is no doubt that all critical mind on the perspective start from this point.

 

Kim San’s works began at this very point. Kim mentions in his artist note: “A camera has one eye and a human has two eyes. A camera has a fixed eye, and my pupils never stop subtly wobbling. There is a world that a camera views and another one that my eyes see. The key interest of mine lies in differences in view, visibility and visual senses of the two.” A camera came into the world thanks to the development of humans’ view and optics, and the key feature of it lies in a single hole that absorbs the light as seen from its predecessor – a camera obscura. That the light coming in through this hole inscribed the outside world into two-dimensional images acts in the same principle as how a three-dimensional space on a two-dimensional picture plane is represented ‘to look real’ in accordance with the Renaissance perspective. In other words, the eye that are represented the hole where the light comes in are nothing more than the conceptual ones. Kim started to pay attention to such differences as he underwent a post-production process which is one of the essential feature of digital photography. What posed a question for Kim in the course of post-producing the images photographed as he held his camera and moved his body was the subtle difference or ‘unfamiliar feelings’ between the scenes he ‘remembers’ to have seen and the images left in digital files. He paid attention to this, and began to engage in the work of maximizing such ‘unfamiliarity.’ 

He repeatedly cuts and sticks images files he watches on the computer screen. A space generated as a result of artificially fragmentizing and reuniting becomes something virtual which does not exist anywhere else although it is based on the reality. And yet, these images are not totally unfamiliar because they are grounded on the reality. If a spectator has already seen the spaces the artist has passed through, these spaces become multi-spaces with a combination of reality where clues to show where one is and virtuality, and familiarity and unfamiliarity coexist. The virtual space Kim produced is not a visual one where a three-dimensional space infinitely unfolds to grasp the entirety through a single point (hole) as the traditional perspective or a camera obscura operates. It is a space that is consistently formed through multi views that are fragmented and integrated at the same time, which emerges from fragmentation and integration of the space in the digital images relocated through his camera and the space the space directly experienced by his own body. A space beyond a view by being shadowed in a corner is subject to being spotlighted anew and a broad space that is brightly lit is pushed to the border. All this repeats. This spaces becomes impossible to perceive as a whole because it consists of multi views, and tends to move according to multiple views Kim has planted.

 

Kim sheds a new light on the actual space we experience and the image which is believed to have drawn it in as it is. Such a virtual space that is presented through his arrangement before viewers’ eyes is not confined to a visual virtuality but is revealed while binding Kim’s experience and memory and those of the viewers. Now, a space recorded through digital images does not have a status as a mere object. A space that encompasses the invisible such as Kim’s experience and memory and incorporates them into what is visible exposes what is beyond the virtuality of vision: it not only incorporates the differences of the camera’s eye and the two human eyes that are moving but also the space of optical unconsciousness that can be taken on the camera. In addition, an very new space is experienced by viewers with own time, space, experience and memory penetrated into his works, and such invisible factors which unconsciously operate in the middle of viewers’ conscious act of viewing his works are activated. Such interactions with the viewers are made possible because the space Kim constructs is virtual and yet based on the reality. He creates a new reality which, in fact, does not exist in the real world although he has it based on the reality, seeking for spatial conceptualization, visualization and changes in experiences. Attaching the title ‘structure’ to each of his works hints at his intention to construct multiple spaces beyond the visual act of seeing and recording and for the viewers to experience these.

Kim Jaedo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