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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Hero Fly in Heyri

 

민준기, 송영욱

2010. 9. 3 - 9. 26

퍼블릭아트 선정작가전 _ New Hero Fly in Heyri
 

오는 9월 3일부터 26일까지 국내 처음으로 미술전문지가 선정한 작가와 문화예술공동체가 함께하는 대규모 전시가 펼쳐진다. 파주 헤이리가 지닌 문화공동체로써의 정신과 「퍼블릭아트」의 창간이념이자 지향점인 현실적 지원과 상생이라는 가치가 더해진 이번 전시는 <월간 「퍼블릭아트」 선정작가 특별전-New Hero Fly in Heyri>라는 주제 아래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 작품을 선보이는 작가들은 「퍼블릭아트」가 지난 2007년부터 4년 간 꾸준히 진행해온 창의적이고 유망한 작가를 발굴 및 발굴 및 지원해온 공모 프로그램을 통해 선정된 작가들로써, 「퍼블릭아트」를 제도권 진입의 발판으로 삼아 국내외 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역량 있는 작가들이 다수에 달한다. 실제로 이번 전시에는 다니엘 경, 유영운, 주도양, 하용주, 한지석, 강주현, 신경희, 양문기, 장재록, 송필, 위영일, 송영욱, 민준기, 김현숙, 김현희, 이재원, 황세진, 김영미, 용관, 홍상식, 나광호, 윤다미, 변대용, 김규학, 윤인선, 이재윤, 김신혜, 정수영, 구모경, 이장섭, 이정석, 장준석, 이승현, 이정은, 신용구, 박자현 등 2007년부터 2010년에 이르기까지 「퍼블릭아트」를 통해 배출된 작가들이 ‘파주 판 페스티벌’과 손잡고 동시대 다양한 실험 속에서 새로운 문화예술의 가치를 선보이게 된다. ‘선정작가 특별전’은 총 15개 헤이리 내 갤러리에서 개인별 및 그룹전 형식으로 마련된다. 실내 작품 외에도 헤이리 일대 야외, 카페 등을 통해 설치 및 조각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먼저 기획전과 호흡을 맞추게 될 전시 공간으로는 아트팩토리, 갤러리 한길, 갤러리 소소, 터치아트, 위드 아티스트, 동화나라, 이레갤러리, 갤러리 모아, 리앤박 갤러리, 한 갤러리, 금산 갤러리, 리오 갤러리, 갤러리 더 차이, 갤러리 써니, 진아트 등으로 헤이리에서 문화 창달에 기여하고 있는 주요 문화예술공간들이다. 갤러리 소소에서 전시하는 송영욱, 민준기 작가는 경험 속의 오브제를 한지라는 매체를 바탕으로 한 실물크기의 설치작품과 일상의 관심 속 사물을 한지바탕에 사진 콜라주로 표현한 작품들을 내건다. 

작가노트- 민준기

기억하기 위한 흩어짐 (흩어진 기억의 꼴라쥬)

나는 사진을 통해 과거의 순간, 기억들을 담아 추억한다. 과거의 경험, 그것에서 느껴지는 알 수 없는 아련함, 그리고 현재의 나 자신이 내 작업의 주된 주제이다.


사진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많은 매체 중 소중했던 순간을 남기기에 가장 좋은 매체임과 동시에 가장 사실 적이고 생생한 기억이다. 사진이 전공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진에 흥미를 가지게 된 이유는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 '기억의 재현'이라는 의미에 사진이라는 매체가 가장 잘 부합하는 미디어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사진에는 촬영을 하는 나의 감정이 담기고 그것에 담긴 감정은 인화지를 통해 선택적으로 재현된다. 사진을 선택하고 화면에 펼침으로써 사진 속 풍경은 완전하게 나의 주관적 산물로 완성된다.


나의 작업은 지나간 것들의 기억을 재현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의 나 에 의해 여과되고 선택되어진 기억들을 찾는 것이다. 사진을 촬영했던 당시와는 다른, 현재의 나의 기억에 담 겨있는 것. 즉, 다시 돌아가고픈 과거나 혹은 다시 보고 싶은 사람들의 사진 속 모습들 중에서 현재의 내가 기 억하고, 추억하고자 하는 것을 선택한다.


선택된 사진이 인쇄되는 화면은 캔버스 위에 여러 겹의 한지를 붙이는 과정을 통해 구성된다. 그것은 나의 지나가버린 순간의 희미한 잔상과 기억들의 편린을 재생시키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또한 HD급 디지털 로 보 급화된, 사진의 칼날같이 날카로운 사실적 이미지를 한지 위에 프린트함으로써 부드럽게 완화되어 수채화같 은 느낌을 준다. 대량생산적인 디지털을 아날로그적 수공예품으로 다시 창출해낸다고 해야 할까. 사진의 지 나치게 생생한 화면적 단점을 보완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무한한 디지털 재료의 조각을 끌어와 유한한 작품 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작업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캔버스 위의 한지 하나하나의 조각들은 과거 기억의 조 각들과 같다. 오랜 시간을 들여 켜켜이 발려진 조각조각의 한지들은 마치 그 동안 쌓인 나의 기억들처럼 두텁 고 단단하다. 마지막으로 그 위에 현재의 내 기억에 의한 찰나가 덧입혀짐으로써 비로소 작업이 완성된다.


나의 작업은 사진이다. 하지만 캔버스 위에 한지를 겹겹이 중첩시키는 작업을 통해 회화의 영역과도 연결 지 을 수 있겠다. 회화와 사진을 넘나드는 무경계의 작업. 그것은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어 오늘과 어제의 경계를 사라지게 하고자 하는 나의 바람이다.

순간의 감성

민준기는 작가의 개인적 기억 저장수단인 사진을 회화의 영역을 끌어들임으로써 회화와 사진의 영역을 넘나 드는 작업을 한다. 마치 비 속에서 뛰쳐나온 듯 촉촉하고 몽환적으로 표현된 화면은 객관적사진을 주관적인 기억의 재현으로 변모시킨다.


작업과정을 보면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을 한지 위에 프린트하고, 프린트한 종이를 캔버스에 찢거나 오려 붙인다. 그 위에 바니쉬를 얹음으로써 견고하고 매끈하게 기억의 재현이 완성된다.


현대적 재현의 도구인 사진을 고전적 소재인 한지와 접목시키는 것은 작가 개인의 과거 기억을 현재로 옮겨오 는 작업 의도와 일맥상통한다. 또한 민준기의 작업은 기계에만 의존한 것이 아니라 작가의 손이 들어간 점이 나 화면의 평면성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산업적인 재료를 이용해 복제가 불가능한 오브제로 창출한 예로 볼 수 있다.


민준기의 작업은 크게 세 가지의 카테고리로 구성된다. 도시, 자연풍경, 인물이 그것이다. 상하이, 요코하마, 서울의 남산 등을 피사체로 한 사진은 에드워드 호퍼의 싸늘하고 허무한 도시 공간을 담은 분위기가 이식된 것처럼 도시의 이미지를 작가의 개성어린 시각으로 재현하고 있다. 이것은 작가의 눈에 비춰진 현대인의 초상 과 그들이 살아가는 차갑고 복잡한 도시 공간, 그리고 그 속에서 고요와 따스함을 간직한 자연에의 갈망을 담은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사진을 통한 기억의 저장에서 시작된 민준기의 작업은 대형 캔버스에 꼴라주 된 화면을 통해 주관적으로 걸 러진 영상으로 재탄생한다. 재미있게도 이것은 풍경이나 기억을 객관적으로 재현하기 위해 탄생한 인류의 발 명품, 즉 사진의 본성을 달리하는 작업이다. 사진을 매체로 한 그의 작업은 기억의 재현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 만, 이것은 본래의 의도인 '객관성'을 담보로 하지 않고 오히려 철저히 주관성을 지향한다. 이것은 어쩌면 사진 의 본 목적을 배반하고 배양해낸 특수성-편집적이고 주관적인 특성을 대변하고 있는 듯하다.

작가노트- 송영욱

작업은 “기억”이란 단어에서 출발을 한다. 기억이란 것은 이전의 인상 혹은 경험을 의식 속에 간직 하고 있음을 이야기 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언제나 존재하는 외로움을 우리 스스로가 치료하기 위한 방법으로 우리는 기억이란 것을 끄집어내고, 이 행동을 통해 그 외로움으로부터 작은 위안을 가지기도 한다. 다시 말해 기억이란 현재의 나를 지탱하는 어떤 힘이요 뿌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기억이란, 시각화 시킬 수 없는 하나의 허상(illusion)과 같은 것이다. 이 허상과 같은 기억을 시각화시키기 위해 나는 특별한 요소를 가지고 와야 했고, 그것은 바로 껍질이다. 껍질이라 해야 할지 허물이라 해야 할지 정확한 단어의 선택은 어렵다. 차라리 이것들이 내포한 의미를 가지고 왔다 해야 정확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그럼 그 의미란 무엇인가? -그것은 과거의 어떤 시간 동안 본질을 감싸고 있으며 그 본질을 감싸고 있는 그 시간 동안은 그것 자체 또한 본질이었으나 시간이 지나 본질은 사라져 버리고, 지금은 껍질과 같은 형태로 남아 버린 하나의 형상으로 보이는 것- 이것이 내가 말하고자 하는 껍질 혹은 허물의 의미이다. 


작업에서 난 특정한 물건을 만들거나 한 장의 화면을 그리기 보다는 그런 다양한 요소를 결집하여 하나의 공간을 만드는데 주력을 한다. 추억의 무거운 짐들을 기억의 공간 속으로 풀어 놓는 것이 나의 작업이다. 한지로 떠낸 희멀건 껍질들은 그들이 한 때 몸담았던 견고한 실체를 은유하듯, 바스라질 것 같은 헛헛함으로 공간을 가득 메운다. 껍질들은 허공을 부유하거나 바닥에 지친 몸을 누인 채 타인의 외로움을 먹고 자라는 유령처럼 공간을 점령한다. 그리고 우리가 가지는 인간의 절대적 외로움과 공허함에 접근하려고 한다. 


작업에서 보이는 목마, 유모차, 세발자전거, 여행가방 그리고 의자 등 수 많은 물체들은 한지로 만들어진 껍질들이다. 실재 물체에 한지를 하나하나 붙이고 이것을 떼어내 다시 결합을 한다. 그럼 그것은 본질이 빠져나간 껍질인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껍질들이 공중에 매달려 있기도 하고 부서진 형태로 바닥에 놓이기도 한다. 이러한 주된 형상들 속에 드로잉이나 페인팅 혹은 벽화로 기억의 공간으로 만들어간다. 관객으로 하여 공간 속에서 기억을 되짚어 보고 현재와 과거와의 연결 고리를 만들도록 유도한다. 


작업에서 보이는 형상들은 특별하다기 보다는 아주 일반적인 형상이라 할 수 있다. 개인적 특별한 기억에서 출발을 하나 일반적인 형상을 통해 각자가 가지는 특별함을 끄집어낼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작업을 통해 기억을 끄집어내고 그렇게 끄집어낸 기억을 공간 속에 껍질로 시각화 시킨다. 관객들이 작업을 통해 그들이 잊어버리고 있는 기억을 순간 이나마 회상하고 그들의 감정을 더 고조시키기를 바란다. 특히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외로움이나 공허함이 불편하거나 괴로운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지고 가야 하는 절대적 힘이 될 수도 있음을 이야기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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