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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개와 메피트

Kite and Mephit

신재민
더 소소

2026. 8. 28 - 9. 22

방랑하며 마주했던 풍경의 파편들을, 응시했던 타임라인의 조각들을 그려오고 있다. 시뮬레이션 월드 속 찰나의 집적물로서 이어지는 나는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생경한 풍경들을 탐승한다.

 

나는 내 삶을 선택하고 조작할 수 있는 주체적 존재일까? 게임 속 아바타처럼 어떤 상위의 자아나 영혼, 혹은 불가해한 힘으로 움직여지는 존재일까? 이미 선행된 프레임을 향해 돌진하는 파도 위 물방울일지도 모른다. 해결되지 않는 의문 안에서, 삶의 저변을 그리는 일이 원초적인 불확실성을 덜어준다.

 

2025년 3월의 도쿄는 예상보다 훨씬 거대한 도시였고 서브컬처의 향이 곳곳에 깃든 이상적인 도시의 정경이었다. 가장 큰 정취를 느낀 곳은 근교인 가마쿠라와 에노시마 섬이었다. 이국의 청아한 바닷바람과 파도를 한 몸에 느끼며 지역에 얽힌 전설과 오랜 신앙의 흔적을 따라 걸었다.

 

하세데라의 수많은 지장보살들, 신과 인간의 모습을 한 여러 상(像), 거북이들을 보았다. 그중 치고가후치에 전해지는 한 치고(동자승)의 이야기와 힌두교의 사라스바티에서 이어진 벤자이텐 신앙을 비롯해, 에노시마 곳곳에 남아 있는 신불습합적 흔적들에 관심이 갔다. 섬 위를 선회하던 솔개 한 마리는 장소의 서사를 함축했고, 당시 작업의 주요한 소재였던 페이룬에의 모험에서 마주했던 화염의 정령 메피트의 형상과 평면 안에서 비선형적으로 겹친다. 다른 층위의 시공간 속 존재들이 나의 의식이라는 웜홀을 통해 융화되어 내 삶의 구석구석을 이룬다.

 

《솔개와 메피트》는 지난 1~2년간의 방랑의 기록이다. 연기처럼 사라지는 각각의 타임라인에서 풍경의 한 조각을 건져 올려, 내 삶의 책상 위에 하나씩 올려둔다. 그렇게 영혼의 책상 위에 생경한 풍경 조각들을 나열하고 수납하며, 회화라는 매체로 더 나은 내일의 포털을 빚는다. 아직 가보지 못한 가상의 장소와 현실의 장소, 자연과 도시를 방랑하고 상호작용하면서, 오픈 월드의 맵을 힘닿는 곳까지 넓히고 싶다.

 

 

 

신재민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92 갤러리 소소

​T. 031-949-8154 E. sosogallery@gmail.com

copyright © gallerysoso. all rights reserved. 

 

서울시 중구 청계천로 172-1 4~5층 더 소소 

​T. 031-949-8154 E. sosogaller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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