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는 생각들
Arising Thoughts

조선화
더 소소
2025. 5. 2 -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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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상상의 틈에서, 일어나는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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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정 (갤러리 소소)

      조선화 작가의 12년만의 갤러리 소소 개인전 《일어나는 생각들》은 작가가 그간 쌓아온 일상의 생각들을 회화로 표현한 사유의 결과물이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그는 구상적인 표현 위에 추상적 패턴과 초현실적 상상력을 결합하며 자신만의 회화적 언어를 펼쳐낸다. 조선화 작가의 회화는 한눈에 보기엔 동화적이고 순진무구하다. 원색으로 가득 찬 화면, 단순해 보이는 인물의 형태, 원근법과 명암법이 결여된 평면적인 화면은 마치 아이를 위한 동화 같은 인상을 남긴다. 그러나 이 순수해 보이는 화면 뒤에는 자본 중심 사회, 개발의 논리로 파괴되는 자연, 그리고 그 속에서 단절되고 소외되는 인간 관계에 대한 작가의 비판 의식이 자리한다.

      조선화 작가의 화화는 단지 사랑스럽고 정겨운 장면을 보여주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생명을 잉태하는 자연의 위대함과 인간의 존엄,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서로에 대한 존중을 탐구하는 공간으로 기능한다. 캔버스 화면을 채운 산등성이와 파 꽃, 그리고 그 사이를 유영하는 인물들은 자연을 침범하거나 지배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연의 질서 안에서 작은 존재로 공존하며, 이로써 인간과 자연의 관계성을 재고하게 한다. 학창 시절,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폭력과 배제를 목격했던 작가는 평등에 대한 가치관을 정립했고, 결혼 이후 시골에서의 생활을 통해 세상 모든 존재의 소중함을 절감했다고 밝힌다. 특히 농촌 개발로 인해 삶의 터전이 파괴되는 장면을 목격한 일련의 경험은 작가에게 깊게 각인되었으며, 이는 ‘존중’, ‘공동체적 삶’에 기반을 둔 작품 세계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다.

      이러한 점에서 조선화 작가의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숟가락’은 주목할 만한 상징적 장치다. 그에게 숟가락은 단순히 식사를 위한 도구가 아니다. 숟가락은 시장 아주머니가 얹어주는 덤, 한 숟갈이라도 더 먹이고 싶은 어머니의 사랑, 과실을 듬뿍 맺어주는 자연의 아낌없는 베풂이자 선물을 은유한다. “나는 덤이 좋아서 숟가락을 그린다”고 말하는 작가의 말에는 소박한 인정, 무한한 사랑, 자연의 생명력에 대한 존경이 담겨있다. 현대사회의 자본적 논리로 인해 무너진 인간관계와 자연 착취 속에서 작가의 '숟가락' 즉, ‘덤’은 인간적인 순수한 교류와 공생의 가치를 회복하는 행위로 기능하는 것이다.

      한편, 이번 전시는 작가가 마주한 현실에서 초현실적인 상상력이 절묘하게 공존하는 지점에 주목하게 한다. 그녀의 그림 속 자연은 현실적이면서도 현실을 비켜선다. 컨테이너에 거주할 당시 그린 <컨테이너 섬>, <컨테이너 알>, <컨테이너 안의 꿈>은 녹록지 않은 현실로부터의 해방을 추구한다. 작가가 실제로 경험한 컨테이너는 식물이 마르고 생명이 사라진 공간이었지만, 작품 속 컨테이너 안에는 나비가 날아다니고 열대우림의 생명력이 정면에 펼쳐진다. 새빨간 장미가 피어나고 알이 태어나는 이 환상적 공간은 현실을 넘어선 작가만의 상상과 욕망의 낙원인 셈이다.

      매일 꾸준히 작업에 임하는 조선화 작가는 이처럼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자신의 순수함과 상상력을 지켜나간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자극적이고 복잡한 현대사회 속에서 잃어버린 감각을 복원하고, 상상력을 회복하며, 공생의 의미를 묻는다. 동화 같지만 동화가 아니고, 순진해 보이지만 날카롭고 정확하게 세계를 응시하는 그의 작업은 오늘날 부재한 삶의 가치와 예술의 존재 이유를 다시금 상기시킨다. 자본의 논리로 파괴되는 자연, 소통이 부재한 인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살아가는 작은 생명들의 이야기. 조선화 작가는 이 모든 것을 무겁지 않게, 그러나 결코 가볍지 않게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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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가?’ 《일어나는 생각들》은 작가가 만들어낸 현실과 상상의 틈을 통해, 무심코 흘러가던 일상에서 놓쳐버린 자연의 소리와 바람결,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의 공존, 그리고 평등하게 살아가는 삶의 태도를 되새기게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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